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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TS

시험을 본 이유

교환학생이 되어보고 싶었다. 우리 대학은 20학점이 최대인데 나는 21, 20, 23학점을 들었다. 교양필수랑 다중전공 학점까지 끌어모아서 수업을 듣다보니 그렇게 대학을 다녔다. 한국에 계속 있다면 수강신청 할 때 뭔가에 홀린 듯 꽉꽉 채워서 신청할 것 같으니 나 스스로 도피유학 좀 해야겠다 싶었다. 일주일에 6.5일 노는 라이프를 기대해본다 히히.

교환학생 자격요건에 어학시험 일정 성적 이상 기준이 있었다. 토플 말고도 기관토플이니 아이엘츠니 다른 대안들도 있었는데, 토플이 가장 많은 대학에서 인정하는 시험이었다. 내가 어떤 대학을 가게될 지 모르니 안전하게 토플을 응시하기로 했다.

공부의 서막

군대에 있을 때 병사 자기개발비용 지원사업이라고 있었는데, 도서구매 비용 일부를 캐시백 해주는 제도였다. 예산이 한정되어 한두달 안에 소진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새해에 곧장 토플 책 5권을 구매했다. 단어는 아침 출근 전이랑, 점심 먹고 잠깐 그리고 청소랑 저녁점호 사이에 외웠다. Reading이랑 Listening은 대한민국 수능영어를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술술 풀었다. 책 앞에 6주 마스터 플랜이 있길래 평일 1일, 주말 2일 분량만큼 공부했다. 단어는 3바퀴 돌렸고, Reading이랑 Listening 동시에 5주 안으로 끝냈다. 이 기세를 몰아 Speaking과 Writing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교육의 힘을 빌려야겠다

Speaking과 Writing은 책에 나온 커리큘럼대로 따라갔다. 빈칸채우기는 나름대로 할만 했지만, 실전 테스트가 문제였다. 중얼중얼 지껄이는데 이게 맞는건지도 모르겠고, 뭘 이리저리 쓰고 있는데 그게 맞는건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Speaking 준비하기가 참 힘들었는데, 매일 아침과 저녁마다 빈 방을 찾아 돌아다니고 방 안에서 이어폰끼고 혼잣말 하는데 자괴감이 들었다. 2주동안 꾸역꾸역 하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접었다.

2021년 2학기는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되어 지방에 내려와서 토플 학원을 찾아보았다. 구글이랑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전부 광고글로 도배되어있길래 친구한테 에브리타임에서 여론조사를 부탁했다. 조사 결과 “서울에 있는 강남 해커스로 가라”는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호불호라도 갈리는 학원 하나가 있어서 그 곳으로 다니기로 했다.

분야별 공부법

졸업하기 전에 다시 시험을 보게 될 지도 모르니 공부법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Vocabulary

해커스 보카 어플리케이션으로 외우면 된다. Day 별로 선택이 가능하고 O, X 퀴즈랑 5 : 5 매핑 등 다양한 암기방법을 지원한다. 내가 가장 애용하는 방법은 오디오 듣기로, 영어 발음과 한글 뜻을 차례대로 불러준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피곤할 때 이어폰으로 외울 수 있다.

암기랑 테스트는 하루 안에 시차를 두어 외우면 효과적이다. 아침과 점심에 틈틈이 단어를 외우고 저녁에 시험을 본다. 다 맞출 생각은 하지 말고, 내가 헛갈리거나 모르는 단어를 건져낸다는 생각으로 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단어와 뜻 암기를 마쳤다면 유의어를 외울 차례이다. 이 때는 극한의 인내력을 필요로 하는데 각 단어별로 많으면 2개, 못해도 1개는 외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한다.

Reading

글 전체가 아니라 문단 단위로 독해해야 한다. 토플은 글 전반에 걸친 문제를 출제하진 않는다. 제목하고 갹 문단의 첫 문장으로 독해를 위한 흐름만 파악한다. 한 문단 다 읽었으면 바로 관련된 문제가 있는지 찾아보고 그 즉시 풀어본다. 문항 유형별 푸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옳은 것 / 틀린 것? : 문단을 읽기 전에 틀린 문항만 선택지를 먼저 읽어본다. 키워드 위주로 읽으면서 문단이 어떤 뉘앙스로 전개될 지 미리 염두하는 차원이다.
  • 같은 의미의 문장 찾기 : 해당 문장의 의미 전달에 있어 빠지면 안 될 내용 3개(또는 2개)를 뽑아낸다. 핵심내용과 상반되는 문항을 먼저 소거하고 나머지 보기를 비교한다.
  • 2점짜리 주제문장 3개 찾기 : 구체적인 예시를 포함하는 문장은 정답이 가능성이 높다. 그 사실을 염두하고 문항을 읽으면서 어떤 문단과 호응되는지 확인한다. 만약 4개 이상이 대응된다면 주제 문장과 가장 관련성이 없는 문항을 제거한다.

Listening

대화형 문제를 들을 때 두 사람의 역할을 파악한다. 교수인지, 직원인지 등등 누가 누구를 불렀는지도 확인한다. 한 문장의 대화에서 한 문제가 나오니 흘려 말하는 내용도 정신 바짝 차리고 필기한다. 마지막으로 대화가 끝나는 시점에서 각자 무엇을 하는지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한다.

강의형 문제는 초반에 언급되는 내용이 주제이다. 본론 듣고 찾을 생각하지 말고 초반 내용만으로 주제를 과감하게 단정지어야 한다. 중간중간 딴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는데, 주제인지 아닌지 구분을 못 하겠다면 그냥 무작정 필기한다. 듣기 지문도 문단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채야 한다. 새로운 문단이 시작될 때 강의의 내용을 구분지어서 기억해야 한다.

Speaking

번개같은 브레인스토밍이 필요하다. 찬성 또는 반대, 대안1 또는 대안2에 대한 근거를 빠르게 정리하고 충분한 답변이 정해지는 것을 골라서 답변을 준비한다.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내용을 답변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답변을 할 때 시간을 확인해 가면서 말하는 속도를 조절한다. 핵심 문장이든 아니든 최대한 많은 내용을 일단 준비한다. 일단 다 적었으면 꼭 언급해야 할 내용 2~3개를 밑줄을 친다. 정리한 내용 모두 말할 각오로 답변을 시작한다. 주저리 주저리 말하다가 시간이 남을 것 같으면 천천히 내빼고, 부족할 것 같으면 과감히 밑줄 친 문장만 언급하고 끝낸다.

Writing

템플릿 먼저 쓰고 시작한다. 괜히 작문할 때 창의력을 발휘할 생각하지 말고 외운대로 한다. 온 신경은 문단과 내 생각의 내용을 한 문장 안으로 정리하는 데 집중한다.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는 접속사 같은건 확실하게 암기하고 문장 만들 때 써먹는다.

시험 당일날

  • 시험장 예약은 미리미리 한다. 게으르면 고생한다. 마포 풀브라이트 빌딩은 마음에 드는 장소였다.
  • Describe your city you live in 부터 긴장할 필요 없다.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자.
  • Reading 풀 때 Next 버튼을 눌러 미리 문제를 확인한다. 문장 삽입 문제나 동의어 문제는 넘겨야만 볼 수 있다.
  • Listening은 문제를 풀 시간이 충분히 남으니 조급할 필요가 없다.
  • 시험장에서의 듣기 파일은 시중에 나온 문제보다 현실적이다. 화이트 노이즈, 헛기침, 쩝쩝대는 소리에 당황하지 말자.
  • Speaking 답변 시간은 진짜 짧다.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리니 최선을 다하자.
  • Writing은 남은 시간보다는 글자수를 확인하면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