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남성이 평균임금으로 1달러를 받는다면 대졸 여성은 70센트 정도 받는다. 1900년대 초 부터 성별 임금비율은 꾸준히 상승했지만 80년대 부터는 침체되어 있는 상태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커리어 여성들은 꾸준히 늘어왔지만 아직도 남은 격차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 차이를 노동경제학자인 저자가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이 마음에 든 점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을 하버드 노동경제학자가 분석한 책이다.
  • 1세기 간의 사회조사를 바탕으로 냉정하고 논리적인 전개가 돋보인다.
  • 시작부터 결말을 제시한다. 이 책 모든 내용이 1장 안에 정리되어 있다.
  • 21년에 집필을 마친 책으로, 간략하게 코로나19의 영향을 언급한다.

무엇보다도 성별격차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커리어”와 “가정”이라는 포괄적이면서도 명시적인 키워드로 풀어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제목의 의미

성별 임금격차는 남자가 나빠서, 여자가 못 나서라는 이유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문제 깊숙이 숨겨진 원인으로 저자는 우선 “한 사람은 하나의 시간만 살 수 있다”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를 언급한다. 내일 자녀가 학교에서 어떤 대회에 나간다고 할 때, 부모는 그 시간동안 회사에 갈 지, 아니면 그 경기를 보러 갈 지 선택을 해야 한다. 또한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아이가 갑자기 다쳤다거나, 또는 반대로 가정에서 아이와 놀아주고 있을 때 회사로부터 긴급한 연락을 받았을 때도 선택을 해야 한다. 시간과 존재의 유한성은 인간을 늘 괴롭기 만들고, 이러한 점은 커리어가정을 동시에 이루려는 여성들에게 가장 큰 도전이 된다.

여기서 커리어라는 것은 단순히 일자리나 임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고등교육과 석, 박사 과정을 지나 업무의 난이도와 보상의 수준, 사회적 지위가 우상향을 그리며 꾸준히 발전하는 단계를 포함한다. 한 순간의 찰나가 아니라 인생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정이라는 개념 또한 단순히 결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사일에서 시작해 한 사람의 배우자라는 역할과 자녀 양육을 위해 부모로서 해야할 일 들을 모두 포함한다. 또한 나이가 많이 든 노부모를 봉양하는 일도 가정의 영역에 해당되며, 지역주민이나 반려동물의 보호자로서의 역할도 이에 해당이 된다.

이러한 저자의 구체적인 개념 정의는 돈 몇푼을 얹어주는 일이나 일년에 며칠 씩 휴가를 더 주는 방식으로 성별 임금격차를 바라보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다. 성 평등에 대한 노력이 한 세기가 넘는 동안 이어져왔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대 현대까지도 남아있는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고민의 시작은 한 세기 전의 여성의 투쟁으로 부터 현대로 이어진다.

멈추지 않고 굴러가는 역사

이 책에서는 1900년대에 출생한 여성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동안 여성은 얼마나 어떻게 변화했는지 5구간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사회적으로 평등 또는 불평등이 유지되었거나 바뀌기보다는 한 세대가 이전세대를 보면서 자라왔으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1940년 부터 2000년대 까지의 여성들을 살펴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다. 세계대전 이후 청년들은 그동안 미루었던 결혼과 출산을 서둘러 진행하였고 그 결과 100여년 동안 가장 낮은 미혼률과 높은 출산률의 세대가 되었다. 커리어보다 가정을 우선시하였던 부모 세대가 다시 사회로 힘들게 진입하는 것을 본 그 다음세대는 가정 보다 커리어를 우선시하기 시작했다. 가파르게 상승한 대학 진학률과 전문직 중 여성의 비중은 이와 같이 세대를 포괄할 수 있는 특성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커리어에 열중한 나머지 “아이를 가지는 것 조차 잊어버렸다”고 표현할 정도로 뒤늦게 가정을 형성하는 것에 손실을 목격한 현대 세대는 커리어와 가정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여성 고용 금지제도 폐지나 맞벌이 가정의 확대 등 외부에서의 사회적인 요소 또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세대를 포괄할 수 있는 합리적인 요인들은 모두 부모세대와 할머니 세대를 통해 학습한 교훈들이 가장 큰 역할을 하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좁혀지지 않는 차이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운 여성들의 이야기는 현대 사회에서는 영웅담으로 기억되고 있다. 경제활동 참여율은 50대 50대 수준으로 맞추어졌고, 대학 진학률은 진작에 남성보다 여성이 앞서나간지 오래이다. 대졸자의 통계를 보았을 때 남성과 여성의 임금은 놀라울 정도로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인생 후반에 접어들면 차이가 점점 벌어지게 된다. 이러한 성별 임금갈등은 도대체 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직장 내 상사의 시대 착오적인 편견? 여성의 적극적이지 못한 임금협상력? 지금까지의 성 평등을 위한 노력은 일종의 범인찾기에 혈안이 되어왔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고 본다.

책 에서는 직종별 남성과 여성의 소득격차가 정리되어 있다. 남성 대비 여성의 소득비율이 낮은 분야 중에서는 의학과 법학이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야가 눈에 띄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대학 생활에 열심히 공부하고 전문직 자격증까지 갖고 있으니 그래도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가 적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이러한 직종을 비롯하여 유독 성별 임금격차가 컸던 직업들에 대해서 저자는 직업의 특성상 “시간”과 관련이 높다고 말한다. 한 번 근무할 때 오랜 시간과 갑작스러운 일정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직업일 수록 여성들은 더 낮은 임금을 받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러한 직업 형태를 저자는 “탐욕스러운 일자리”라고 이름붙였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록 돈을 더 많이 받는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말한다. 회사에서는 직장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급한 일로 주말에 불러도 뛰어나올 헌신적인 사람을 원한다. 그리고 같은 결과물을 낼 수 있지만 적은 노동시간과 불규칙한 휴가를 함께 주어야만 하는 사람을 별로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출산과 육아의 부담을 크게 지고 있는 여성은 강도가 높고 지속적인 업무를 선뜻 선택하지 못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원더우먼이라는 칭호를 가진 여성들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내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원더우먼 만큼의 힘을 필요로 했음을 보여준다.

평등한 관계가 어려운 이유

그렇다면 부부 간에 가정의 역할을 공평하게 나누면 될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현실적으로 볼 때 부부들은 서로 공평한 커리어와 가정을 선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파트타임으로 일 할 때의 시급 보다 전일제로 일 할 떄의 시급이 더 높으며 임금 인상과 같은 승진 가능성의 기회도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 양쪽 부부 모두 커리어와 가정에 같은 시간을 공평하게 쓸 수 있다. 그러나 자녀까지 부양해야 하는 부모 입장에선 평등이라는 이유 하나로 가정의 경제적 소득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마냥 바라보고 있을 수많은 없었을 것이다. 커리어를 굴려나갈 기회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부여되어 있다. 하지만 자녀를 돌봐야 하고 가계 경제를 생각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둘 중 하나는 일부러 불공평하겠지만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는 없다.

저자는 노동경제학자 답게 “탐욕스러운 일자리”의 보수를 낮추어야 성별 임금격차가 해소되리라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나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는 동안 기업들은 이전의 근로형태와 생산성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을 아마 목격했을 것이다. 또한 남성과 여성 모두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 많은 시간을 가정에서 보내야겠다는 의지가 생겨났다. 이는 자연스럽게 구직이나 이직을 할 때도 그 회사가 가정에 충실할 기회를 주는 지도 따지기 시작했다. 일에 전념하는 사람일 수록 돈을 더 많이 주는 대신 직장 내 구성원 모두가 전보다 가정에 시간을 더 보내길 원한다면 일자리 구조 문제는 해결되리라 저자는 예측하고 있다.

여성 뿐만이 아닌 가정의 고민

내가 한창 군 복무를 하고 있을 시절, 아마 코로나19 확진자를 손꼽아서 세던 시절에는 군대 간부님 중 한 분께서 육아휴직을 갑작스럽게 신청하셨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데 그 동안 조부모님께서 돌봐주시다가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더 이상 그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시기 상으로 그 해 진급심사를 앞두고 계시다고 들었고, 복직하실 때는 아마 현 보직이 아닌 격오지로 배속될 것이라고 들었다. 그동안 열심히 군인이라는 커리어를 쌓아오신 분이었지만 가정을 우선시하기로 한 그 선택은 커리어에 중대한 페널티를 안기고야 말았다.

커리어와 가정에 대한 고민은 여성 만의 고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의 성별 임금격차는 경제적으로 보나 돌봄을 생각해보나 부부의 선택이 영향이 가장 컸으리라고 본다. 모두가 평등한 부부의 역할을 원했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해본다면 한 명은 커리어, 그리고 한 명은 가정을 전담하는 것에 가장 이득이 큰 결론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남성과 여성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커리어 뿐만 아니라 가정 까지도 잡을 수 있는 노동구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