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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ving

주의: 이 글은 드라마의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20대 전후 인간관계 특집

  1. 다가오는 것 1: 친구는 또래 뿐만이 아니다
  2. 다가오는 것 2: 더 큰 갈등 속의 나
  3. 지나가는 것 1: 진짜 어른으로 살 시간
  4. 지나가는 것 2: 끝나버린 막내 역할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10대를 철부지라고 말한다면 20대는 의젓하다고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철부지와 의젓함을 나눌 수 있는 차이점은 무엇이 있을까? 그중 하나로 ‘사회적 자아’라는 인식의 여부가 있다.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타인에 대해서는 관심도 두지 않는 사람들을 보고 철부지라고 칭한다. 반면에 상황과 장소를 이해하고 이에 따라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고 의젓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상황과 장소라는 것은 내가 지금 있는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평소에 의식하지 않는 학생이나 국민, 심지어 지구라는 행성의 생명체와 같이 내가 속한 모든 맥락을 포함한다. 개인과 가족이라는 맥락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다. 아직 그 수준까지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차원을 넘어 더 넓은 맥락에서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존재한다. 의젓한 20대가 되는 것. 그 방법 중 하나는 나 자신을 더 넓은 맥락에서 이해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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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가 라이더37, 보나가 인절미였다.  /  출처: Tving

라이더37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는 20대 초반의 청춘을 그린 성장 드라마이다. 주인공들은 점차 자신이 속한 사회의 범위를 확장 시키며 철부지 고등학생에서 의젓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나희도’는 고등학생 펜싱 선수로 어릴 때 촉망받는 신동이었지만 슬럼프가 찾아와 어중간한 실력의 선수 중 하나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이제는 실력이 늘지 않는 딸을 보면서 격려 대신에 차라리 펜싱을 그만둘 것을 권유한다. 펜싱을 포기할 줄 모르던 나희도는 그녀의 어머니와 날을 세워 싸운다. 그녀는 고등학교 펜싱부 감독으로부터 IMF로 인해 펜싱부가 해체된다는 말을 듣고 분노한다. 펜싱을 이어나가기 위해 나희도는 펜싱을 말리는 어머니의 도움 없이 스스로 전학을 시도하고 다른 학교 펜싱부에 찾아가 자신을 받아줄 것을 간청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그녀는 다른 학교 펜싱부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대체 시대가 뭔데

“코치쌤이 그러더라 내 꿈을 뺏은 건 자기가 아니라 시대래. 대체 시대가 뭔데 내 꿈을 뺏을 수 있냐는 말이야.” 나희도는 IMF의 영향으로 인해 자신의 펜싱 선수라는 꿈이 가로막히자 답답한 듯 이 세상을 향해 화를 낸다. 그동안 그녀가 경험했던 갈등이라곤 별거 없었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어머니와의 다툼이나 동네 만화방이나 떡볶이집에서 우연히 일어난 말싸움 등이 전부였다. 그런 그녀는 지금 차원이 다른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뉴스에서 어른들이 심각하다고 말하는 경제 위기라는 것이 어떻게 그녀의 앞에, 그것도 그녀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던 꿈 앞을 막아설 수 있는지 쉽게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학생이면 공부를, 운동선수면 훈련을 열심히 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그 말이 왜 이제는 유효하지 않은지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오로지 그녀 혼자서만 풀어야 하는 갈등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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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사기캐 나희도...  /  출처: Tving

차원이 다른 갈등

이제는 중고등학생이 아닌 20대들은 갈등의 범위가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학교라는 틀을 벗어나 더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이전에는 상대하지 않았던 사람과 갈등을 겪을 수도 있고, 주인공 나희도처럼 갈등의 주체가 개인이 아닌 사회가 될 수도 있다. IMF라는 크고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다른 유형의 사회적 갈등이 존재하기에 충분하다. 남들이 본격적으로 자신들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보기 시작하는 가운데, 이전에는 부모님이나 보호자, 대표자 뒤에서 숨을 구석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이제 20대들은 다른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구성원 중 하나로서 명확하게 자신이 원하고 원하지 않는 것들을 본격적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대학교를 들어오기만 해도 단과대, 총학생회나 대학가 지역 주민 등 자신의 의견을 내세워야 할 위치가 되고 그 순간부터 외부로부터 마찰과 대립을 스스로 견뎌야 한다. 이러한 갈등들을 20대가 되어서 처음 겪다 보면 자연스럽게 10대들이 생각보다 편한 위치에 있었는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이해관계에 대한 인식

다양한 갈등을 마주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20대들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무엇인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10대들에게 주적이 누구인지 물어보면 그 답은 간단하다. 만날 때마다 태도가 불량하다고 지적하는 교무부장 선생님, 수업 시간에 졸았다고 혼내는 수학 선생님 등 그들에게 악인의 존재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모르고 있더라도 주변 또래 친구들이 욕하는 사람을 찾아 그들과 따라서 함께 비난하면 된다. 이러한 사실들을 살펴보면 10대들에게 이해관계란 단순 명료하며, 그동안 모르고 있다고 하더라도 눈치만 잘 살피면 곧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20대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비슷한 또래 집단에서 벗어나 새로운 갈등을 마주하게 된다면 내가 어느 입장이 되어야 할지, 아니면 어느 편을 옹호하거나 깎아내려야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이다. 처음에는 어릴 적 해오던 습관처럼 분위기나 그날 기분에 따라가기도 하고 전혀 자신의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 대한 가치관이 바로 서면서 나의 입장을 어느 정도 정하게 되고 갈등 상황을 본격적으로 이해해보려 노력하며 그렇게 나름 어른스러운 입장과 행동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10대에서 20대가 되면서 다가오는 것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제는 20대를 지나 30대가 될 때 어떠한 것들이 지나가는지 살펴보자.